기획 의도
미국에서 “잊혀진 전쟁”으로 알려진 한국전쟁은 한-미 군사동맹이라는 차원에서 주로 기념이 됩니다. 이 잔혹한 전쟁이 남긴 것들을 인간 중심의 관점에서 기억하고 기념하는 경우는 매우 드뭅니다. 또, 휴전이 선포된 지 이미 수 십 년이 지났건만, 아직도 이 전쟁의 종전을 가져올 그 어떤 평화협정도 맺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은 주목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미국에 살고 있는 코리안 아메리칸 1세대 전쟁 생존자들은 이제 80대, 90대의 고령자들 이십니다. 지금은 역사 기록을 위한 소중한 자료로, 코리안 아메리칸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살아가는 많은 개인들과 그 공동체 삶을 풍부하게 할 우리의 이야기로서, 이 분들의 경험과 기억이 조명되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고향이 무참히 파괴되는 것을 목격했거나, 가족과 헤어졌거나, 고아가 되었거나, 반강제로 입대한 경험 등을 가슴에 품고 수 십여 년 동안 북한에 남아있는 가족과의 상봉을 애타게 기다려온 이 분들에게, 한국전쟁의 미종결은 단순히 하나의 지정학적 현실로 끝나지 않습니다. 그것은 아직도 매일매일 이 분들의 삶을 구성하는 일부분이기에 현재진행형의 비극입니다.
이 분들의 다양한 경험에 대한 기억은 오랫동안 억눌려 왔습니다. 공식적인 역사에서 가장자리로 밀려났고, 냉전 구도로 분열된 코리안 아메리칸 사회 속에서도 침묵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생존자들의 고령화와 사망이 가속화되고, 2세, 3세 코리안 아메리칸들은 자신들의 기원에 대해 좀더 잘 알고자 합니다. 생존자들의 이야기는 전쟁의 트라우마가 1세대에서 끝나지 않고 다음 세대까지 이어진다는 것을 보여 주기도 하지만, 동시에 코리안 아메리칸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과 그 공동체의 중심이자 활력의 원천이라는 것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이야기 저장소>는 이 분들의 기억, 그리고 코리안 아메리칸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대한 염원을 기념하고, 그 기억과 그 염원에 목소리를 부여하고자 합니다.
기획단
크리스틴 홍 (Christine Hong): UC 산타크루즈(UCSC) 문학과 조교수. 학생, 동료 교수들, 지역사회 시민들과 함께 <비판적 인종·민족학> 프로그램을 조직하였으며, 연구분야는 초국적 아시안 아메리칸, 코리안 디아스포라, 비판적 환태평양 지역학입니다. 강의 주제와 분야는 한국 전쟁, 비판적 인종학, 냉전 문화, 태평양 연안의 흑인, 태평양 원자력, 인종과 만화, 인종, 노동, 이주, 인권 및 1992년 경의 로스엔젤레스 문화 생산을 포함합니다. 크리스틴 홍은 한반도정책연구소 상임이사, 한국전쟁 종전을 위한 전국 캠페인 회원,, 한반도 문제를 고민하는 학자 연합 (ASCK) 운영 위원입니다.
일레인 킴 (Elaine Kim): 수상작가, 교수, UC 버클리의 아시안 아메리칸학 프로그램 창립자. 다작의 영화 제작자이기도 한 일레인 킴은 <사이구> (1993), <여성 노동자> (2002), <용 죽이기 재장전: 할리우드의 아시안 여성 재현을 넘어> (2010)등을 만들었습니다. 저서로는 유의영과 공동 편집한 East to America: Korean American Life Stories (1997) (동쪽으로 미국: 코리안 아메리칸들의 생애 이야기)와, 최정무와 공동 편집한 Dangerous Women: Gender and Korean Nationalism (1997) (위험한 여성들: 젠더와 한국의 민족주의> (1997)외 다수가 있습니다. 일레인 킴은 아시안여성연합, 이스트베이한인봉사회 (오클랜드), 아시안이주여성변호의 공동 창립자이고, 2011년 아시안아메리칸학회 (AAAS) 평생 공로상을 수여했습니다.
이남희 (Namhee Lee): UCLA에서 문리대 아시아학 부교수. 2013년 프랑스 파리 사회과학고등연구원 초청교수로 초빙되었고, 유럽, 중미, 남미, 한국과 아시아 다수의 대학에서 초청 강의와, 특강, 워크숍을 진행해 오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The Making of Minjung: Democracy and the Politics of Representation in South Korea, Cornell University Press, 2007 (『민중만들기: 한국의 민주화운동과 재현의 정치학』. 후마니타스, 2015) 가 있고, Journal of Asian Studies, Positions: East Asia Cultures Critique 외 다수의 저널에 글을 발표했습니다. 또 “Tausend keimende Träume erstickt. Die Teilung Koreas, der kalte Krieg und die Nationalismen zweier Koreas” ( 천 개의 불완전한 꿈: 분단, 냉전체제, 남·북한의 민족주의), 2013 와 “A Construcao Popular da Historia da Guerra da Coreia: Romances Historicos, Filmes de Sucesso e Memoria Social” (한국전쟁, 기억의 정치학: 영화, 역사, 사회적기억), 2012가 각각 독일어와 포루투칼어로 번역되어 출판되었습니다. 이 외에도 한국학을 위한 기초자료집 편찬 작업들을 하고 있습니다.
디앤 볼쉐이 림 (Deann Borshay Liem): 다큐멘타리 필름 제작자, 감독. 입양 3부작인 <1인칭 복수> (2000), <차정희에 관하여> (2010), 그리고 볼쉐이 림이 직접 제작, 감독, 각본을 짜고, 곧 출시될 <친족에 대한 지리학: 한국 입양 이야기>는 국제적으로 주목을 받으며 영화상을 수상한 바 있습니다. 스펜서 나카사코의 <Kelly Loves Tony> (1998)와 <AKA Don Bonus> (1996); 프란신 카바노와 애덤스 우드의 <콜강 위에서> (2010); 곧 출시되는 <Breathin’ The Eddy Zheng Story>에서 총 책임 프로듀서를 맡은 바 있습니다. 디앤 볼쉐이 림은 선댄스 연구소 펠로우이며, 록펠러 영화/영상 기부금 수상자입니다. 그녀의 가장 최신작, <잊혀진 전쟁에 대한 기억> (램지 림과 함께 감독)은 PBS 방송국에서 2015년 5월 전국적으로 방영되었습니다. 디앤 볼쉐이 림은 현재 램지 림과 새로운 영화 <Crossings>를 제작·감독 하고 있습니다.
램지 림 (Ramsay Liem) 보스톤 컬리지 심리학과 명예 교수, 동대학 <인권· 국제사법 재판 센터>의 방문 학자, 채닝과 포파이 림 교육 재단의 회장. 램지 림의 관심사는 역사적 트라우마의 세대간 이전과 아시안 아메리칸 정체성 형성의 사회·역사적 맥락에 대한 연구입니다. 램지 림은 구술사 프로젝트 <한국 전쟁에 대한 코리안 아메리칸들의 기억>을 책임지고 있고, 멀티미디어 전시, <어제 안에 오늘> 총괄 감독을 했습니다. 램지 림과 디앤 볼쉐이 림이 총괄·제작한 다큐멘터리 <잊혀진 전쟁에 대한 기억>은 한국전쟁에 대한 코리안 아메리칸의 유산에 대한 그의 최근작입니다.
JT 타카기 (JT Takagi) : 수상 독립 영화제작자, 전문 음향 엔지니어. JT 타카기는 오랜 기간 동안 뉴욕시를 기반으로 각종 풀뿌리 사회운동에 참여해 왔습니다. 한반도 문제와 코리안 디아스포라에 관련된 영화로는 Homes Apart: The Two Korea (이산가족: 코리아라는 이름의 두 나라 ) (1991) 와 박혜정과 함께 만든 The Women Outside (1996)과 North Korea: Beyond the DMZ (2003)가 있습니다. 이 세개의 타큐멘타리는 모두 미국 공영 TV방송인 PBS에서 상영되었습니다. 타카기의 다른 영화들은 미국 이민자들의 삶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Bittersweet Survival (달콤씁쓸한 생존), The #7Train (7번 지하철), Echando Raices (뿌리내리기)등이 있습니다. 타카기는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1967년 설립) 풀뿌리 미디어 예술조직중 하나인 <제 3세계 뉴스영화>의 임시 총괄이사이며, 뉴욕시립대 CCNY와, 예술종합대학인 맨하탄의 School of Visual Arts (SVA)에서 강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